합국의 입시제도는 꼭 수많은 헝겊 쪼가리를 기워 붙여놓은 옷 비슷합니다. 이렇게 바꾸고, 저렇게 바꾸고 끝도 없이 손을 대다 보니 이제는 입시제도 자체가 난해만 논문처럼 알쏭달쏭해져 버렸습니다. 입시 전형의 종류는 일일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아졌고, 합격자 수를 산정하는 방법은 아주 복잡해졌습니다. 입시 준비는 둘째 치고 입시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 사교육 강사들의 설명회를 꼼꼼히 메모하며 들어야 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미적분만큼이나 난해한 입시제도를 만들어놨으면 결과라도 좋아야 하는데 실상은 아주 참담합니다. 교육에 계층의 사다리 역할을 상실했다는 것은 이제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개천이 말라 비틀어져 용이 날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입시제도가 난해해지면 난해해질수록 사교육은 더 극성을 부리고, 아이들의 합습 부담은 한결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는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로 서열화되었고, 같은 대학 안에서도 특목고 축신이냐, 농어촌 전형이냐를 놓고 계급을 나눌 정도로 아이들은 유치하고 치졸해졌습니다. 교육 평등은 사실상 붕괴되었고, 전인교육은 지나가던 개가 웃을 말이 되버린지 오래입니다. 입시제도가 그때그때 마구잡이로 바뀌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강물이 바다를 향해 흐르듯 입시제도의 변화에도 일정한 방향성이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지난 20년 동안의 입시제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입시제도는 크게 3세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학력고사 세대, 수능 세대, 학생보종합전형 세대입니다. 이 큰 흐름을 불러온 것은 신임 대통령의 남다를 교육철학이나 교육부 주요 당국자들의 갑작스러운 의사결정이 아닙니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변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1982년부터 1993년까지 시행된 학력고사는 고등학교 3년 통합 내신시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처럼 교과의 내용을 묻는 시험인데, 시험범위가 고등학교 3년 전체 분량입니다. 이 시험의 목표는 배운 내용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시험입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보다 선진국이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배워서 도입하는 능력이 중요했었습니다. 그러니 필요로 하는 인재상도 잘 배우는 인재였습니다. 학력고사는 나름대로 당시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시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지면서 필요한 인재상이 바뀌었습니다. 단순히 있는 그대로 배울 줄 아는 인재보다 생각해서 발전시킬 줄 아는 인재, 한마디로 생각할 줄 아는 인재가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나온 시험이 대학수학능력시험입니다. 수학능력은 학문을 수행하는 능력으로 학문을 수행하는 도구는 언어입니다. 학력고사가 배운걸 얼마나 많이 알고 있나라는 것을 물어보는 시험이라면 수학능력시험은 이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나를 물어보는 시험입니다.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 안에는 고등 교과의 내용이 상당히 많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묻는 방법은 다름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것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아는 것을 활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를 묻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고등 교과를 손바닥 훑듯이 아는 아이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망치거나, 상대적으로 고등 교과를 잘 모르는 아이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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