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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방법

고등학교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 두번째입니다

고등학교 성적이 떨어지는 두번째 원인은 바로 내 꿈을 찾는 유형입니다.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배우나 가수, 프로게이머, 웹툰 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으로, 생각보다 많은 아이이들이 이런 유형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유형의 아이들은 여전히 중학생 유형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됩니다. 심리적 미성숙이나 나약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나름의 상당한 고민이 녹아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입시 경쟁 교육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일찌감치 공부로 내몰립니다. 공부가 저마다의 특징을 지닌 아이들을 판단하는 거의 유일한 잣대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사바나 초원의 동물들, 사자와 코끼리, 원숭이, 얼룩말, 대머리독수리를 한데 모아놓고 달리기를 제일 잘하는 동물 순으로 상을 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불합리하고 폭력적인 게임 규칙인 것입니다. 

 

물론 인간이 하는 일 중 상당수는 지적능력이 필요합니다. 지적능력이 해당 직종의 주요 능력을 판가름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어떤 동물이든 기본 근력이 중요한 것처럼 말입니다. 문제는 학교 공부가 이런 지적능력과 어느 정도 괴리가 있다는 점과 일찌감치 공부의 중요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아이들이 자기가 사자인지 토끼인지 고민하고 판단할 심리적 여유를 가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자기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도 중요한 일입니다. 다중 지능 이론에서는 이것을 자기 이해 지능이라고 하는데, 자기 이해 지능이 떨어지면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자신의 강점을 모르면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을 선택해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방법으로 하기가 쉽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아이가 몇 명이나 될까요? 일기장에 감정을 토로하는 아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것, 잘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50가지 이상 말할수 있는 아이는 많이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성적에 희비가 교차하는 일상을 반복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고등학생이 됩니다. 그리고 문득 깨닫습니다. 3년 후면 갈 대학이 정해지고, 대학교에 가고나면 내가 어른이 돼서 할 일이 정해진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없던 자기 이해 지능이 갑자기 생기지는 않기 때문에 내 인생을 걸 진짜 꿈을 발견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꿔 왔던 꿈, 의사, 법조인, 과학자, 외교관이 진짜 내 꿈인가 하는 회의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고등학교 공부의 어려움, 경쟁에 대한 두려움, 지금 당장의 성적이 내가 갈 대학교를 결정한다는 부담감이 이런 회의감을 증폭시키게 됩니다. 진짜 내 꿈을 찾고 싶다는 절박함과 불합리한 입시지옥의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이 뒤섞인 채로 아이는 엉뚱한 결론을 다급하게 내리게 됩니다. 성적과 상관없는 어떤 꿈, 어릴 적부터 막연히 동경했던 삶을 성급하게 자신의 꿈으로 낙점하게 됩니다. 물론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꿈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자기 이해 지능이 낮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는 부모를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부모가 완강하다면 심한 가정불화를 겪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설득 끝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관철시킬 것입니다. 연기학원이나 실용음악학원, 미술학원 등에 다니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는 자신이 막연하게 꿈궜떤 분야가 절대 만만치 않음을 이내 깨닫게 됩니다. 직접 해보면 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노래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몸으로 부딪히며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갑작스레 꿈을 바꾼 경구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1년만에 중도 포기하는 아이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