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떨어지는 첫번째 이유
고등학생의 성적이 떨어지는 가장 일반적인 원인은 아직도 중학생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유형입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아이들은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고등학교 3년 성적은 대학교 입시와 바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설설설렁 달려도 되는 연습 주행이었다면 고등학생부터는 가진 역량을 총 투입하여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본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올림픽 출전을 앞둔 선수처럼 자기 자신을 가다듬으며, 지금까지보다 한층 강도 높게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설득시킵니다. 그런데 아직 중학생 유형은 이런 심리적 변화의 단계가 없습니다. 심리적 변화가 없으니 학습 태도의 변화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시계추처럼 학교와 학원을 다니며, 드라마를 보고, 게임을 합니다. 평소에는 따로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학습계획도 세우지 않습니다. 다름 점이 있다면 시험공부 기간이 시험전 2~3주에서 4~5주로 늘어난다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막상 시험공부를 해보면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중학교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어렵고, 학습량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됩니다. 이 유형의 진짜 문제는 성적이 떨어졌따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성적이 떨어진 후의 대응입니다.
이렇게 한번 찬물을 맞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들어서 다음을 대비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체념을 하고 반포기 상태로 접어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불과 서너달 전만 해도 서울 지역 의대를 꿈꾸던 아이가 자기 성적으로 갈 수 있는 지방 대학교나 서울 안에 있는 대학 중에서도 입학 가능 성적이 가장 낮은 대학이 어딘지를 찾게 됩니다. 다시 성적이 올라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유형의 문제는 쉽게 핵심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먼저 이 아이들은 자신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합니다. 밤늦은 시간까지 학원에 다니고, 학원 숙제를 하고, 시험기간 동안에 열심히 공부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당연한 면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아이는 설명을 듣는 방식으로 공부를 해왔습니다. 공부란 선생님 혹은 강사에게 설명을 듣고 이해한 후 암기해서 머릿속에 넣는 것이라고 잘못된 고정관념을 체험으로 가지게 된 것입니다.
지금껏 그렇게 해왔고, 그렇게 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어 왔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점입니다. 이 방식 자체가 고등 교과를 감당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고등 교과는 너무 어렵고, 양도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아는 공부법은 이것 뿐입니다.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해 공부했는데도 감당이 안 되나 아이도 어려워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생각하기에 고등학생이 되어 성적이 떵러진 것은 자신의 책임이 아닙니다.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자신의 책임을 선생님이나 외부적인 요인으로 떠넘기게 됩니다.
고등학생이라고 하기에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비겁하고 유아적인 심리입니다. 몸은 다 자라서 어른이나 다름없는데 하는 생각은 마치 초등학생이나 될 정도입니다. 고등학생이라면 자신이 내놓은 결과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 정도는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특정 과목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이 못 가르친다고 해도 그것은 나를 둘러싼 여러 변수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스스로 돌파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정도의 판단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미성숙하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이렇게 미성숙한 것은 아이 자신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이 유형의 아이들이 가진 문제의 핵심은 공부에 대한 잘못된 개념을 가지고 있으며, 객관적인 상황 판단을 잘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공부의 개념도, 객관적인 상황 판단 능력도 누가 알려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깨달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