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고르는 책이 좋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용 책을 혼자서 읽고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읽기독립이 완전히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혼자서 읽고 이해할 능력을 갖춘 수많은 초등학고 2학년, 3학년 아이들이 책과 서서히 멀어지다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독서에서 손을 놓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자발적 독서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일단 독서를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서시간, 서점과 도서관을 방문하는 날 등을 정해두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저녁 7시부터는 독서시간, 매주 토요일은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는 날 등의 방법입니다. 책을 고르고 읽을 기회를 끊임없이 주는 것입니다. 더불어 책 고르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책 고르는 능력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숙련된 독서가가 되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능력입니다. 이 능력을 갖춘 아이는 부모님이 관심을 끊어도 계속 책을 읽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는 이내 책을 내려놓게 됩니다.
책 고르는 능력을 기드는데는 왕도가 없다고 합니다. 책 구경을 많이 하고 자주 골라보게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부모님께서 해줄 일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아이와 함께 자주 도서관에 가는 것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도서관에 가서 아이에게 책을 고르라고 하면 답답한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 책을 읽으러 왔는데 정작 책은 안 읽고 책을 고르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입니다. 이 책 뽑았다가 저 책 뽑았다가 하는 폼이 하루 종일 서가만 서성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대신 골라줄 때도 있는데 이렇게 하면 책을 고르는 시간을 줄일 수는 있습니다. 대신 책을 고르는 능력을 기를 수는 없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
독서가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책 구경하기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책을 구경하는 시간이 적으면 적을수록 독서가가 될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많으면 많을수록 독서가가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책을 구경할 때 아이는 서가에 꽂힌 책의 제목을 눈으로 훑습니다. 그러다 흥미가 가는 제목을 발견하면 그 책을 뽑아봅니다. 책 표지를 살펴보고 뒤표지에 적힌 문구를 읽어봅니다. 그리고 목차와 내지를 한번 훑어보고는 아니다 싶으면 다시 제자리에 꽂아둡니다. 아이는 서가를 돌아다니며 이런 행위를 계속해서 반복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을 발견하면 오늘은 그 책을 읽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선택한 한권이 책이 아니라 아이가 뺏다 꽂았다 했던 책들, 눈으로 훑은 책들입니다. 눈으로 훑은 책이 많다는 것은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많이 본것과 비슷합니다. 책 구경을 하면서 이런 책들이 있구나 하고 책의 존재를 인지하게 됩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책들이 더 눈에 익습니다. 일주일에 두세번씩 도서관에 가서 매번 서가를 둘러본다면 어떨까요? 도서관 서가의 대략적인 지형도를 머릿속에 담을 수 있게 됩니다. 과학 서가에 어떤 책이 있고, 동화 서가에 어떤 책이 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머릿속에 책의 리스트가 많으면 많을수록 읽고 싶은 책도 많아지게 됩니다. 또 많은 책을 살펴보고 고르기 때문에 좋은 책을 선택활 확률도 높아집니다. 처음에 훑어봤을 때는 관심이 가지 않았던 책들도 어느날 문득 떠오를 수도 있고, 학교 공부를 하다가 관련된 책 제목이 기억 날 수도 있습니다.
책 구경은 아이가 책과 친해지는 방법입니다. 옷 구경을 많이 하지 않고 패션 감각을 키울 수 없듯 책 구경을 많이 하지 많고 책 고르는 능력을 키울 수는 없습니다. 아이와 함께 가능한 한 도서관에 자주가는 것이 좋은 이유입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책을 직접 고르게 하는 방법이 아주 좋은 방법이 됩니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괜찮습니다. 아이는 지금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책과 친해지면서 책 고르는 능력을 키우고 있는 중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