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에 크게 3번의 독서에 대한 위기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1차위기는 그림책에서 글책으로 넘어갈때, 2차위기는 간단한 글책에서 중급 글책으로 넘어갈때, 3차위기는 중급 글책에서 고급 글책으로 넘어갈 때가 바로 그 순간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시기가 그림책에서 글책으로 넘어가는 1차 위기라고 합니다. 간단한 글책을 많이 읽으면 중급 글책을 잘 읽게 되고, 중급 글책을 많이 읽으면 고급 글책을 잘 읽게 됩니다. 하지만 그림책을 많이 읽줬다고 해서 반드시 간단한 글책을 잘 읽는 것은 아닙니다. 그림책과 글책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책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형태부터 다릅니다. 초등학교 2~3학년용 글책은 그림책보다 크기가 작고, 글의 양도 많으며, 매 페이지마다 그림이 깔려있지도 않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는 읽기독립 단계로 넘아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땐 고민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 2~3학년이면 혼자서 책을 일겅야 할 것 같은데 아이는 여전히 책을 읽어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읽어주지만 찜찜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혼자서 책을 읽는 ㅅ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는 것만 같고, 이러다가 초등학교 4~5학년까지 읽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읽기독립을 언제,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읽기독립에 성공하려면 먼저 초등학교 1학년 시기를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곧장 글책으로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림책은 미취학 유아가 읽는 책, 글책은 초등학생이 읽는 책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관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이제 막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아이들은 아직 읽기의 기본 메커니즘이 자동화되지 않았습니다. 글자라는 기호를 읽고 그 기호를 조합한 단어의 뜻을 이해하고, 단어를 연결해 문장의 뜻을 해석하는 과정이 아직 껄끄럽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책마저 길어지면 아니는 곱절로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책읽기가 고통스러운 일이 돼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오히려 아이가 꾸준히 봐왔던 그림책을 많이 읽는 것이 효과적일 수가 있습니다. 달달 외울 정도로 많이 읽어준 그림책이어어도 상관없고, 초등학교 1학년이 읽기에 다소 짧은 책이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과정의 부담을 줄이면서 적절한 독서량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떤 책이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아이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스스로 책을 읽는 시간은 대체로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두 달만 하면 아이는 읽기의 메커니즘을 자동화할 수 있고, 초등학교 1학년용 글책도 잘 읽을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글책으로 넘어가는것이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림책 읽기 단계에서 충분한 독서량을 쌓는게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일단 한권 한권을 수월하게 읽음으로써 읽기에 대한 호감도와 자신감을 키울 수 있고, 그림책을 읽는 과정에서 쌓이는 탄탄한 기초가 향후 책 읽기를 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은 읽기의 메커니즘을 자동화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스스로 책을 읽는 훈련을 하면서 표음의 해석, 의미해석, 의미연결, 2차 의미연결 등의 과정을 하나의 세트로 만드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상대적으로 길고 두꺼운 책을 읽는 것은 이 목적에 부합되지 않습니다. 친근하고 짧은 그림책을 통해 충분한 독서량을 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비다. 계속 그림책만 읽으면 어쩌냐고요? 그림책 독서량이 충분히 쌓이면 자연스럽게 글책으로 넘어가게 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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